프리랜서라고 적으면 프리랜서가 될까: 강사 보수와 계약을 다시 계산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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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채용 공고에 계약 형태가 한 줄로 적히고, 면접에서 시급이나 수업당 단가가 오간 뒤 서명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중에 실제로 다투게 되는 지점은 계약서에 무엇이라고 적혀 있었는지가 아니라 그동안 실제로 어떻게 일했는지다. 호주에서 필라테스 교육기관을 20년 넘게 운영해 온 한 원장이 회계연도가 바뀔 때마다 강사 커뮤니티에서 되풀이되는 보수와 계약 논쟁을 정리한 글을 냈다. 제도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원장과 강사가 서로 다른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는 사정은 한국도 다르지 않다.
1. 계약서 문구가 관계를 정하지는 않는다
호주 과세당국이 근로자와 독립 사업자를 가르는 기준은 그 사람이 누구의 사업을 위해 일하는가다. 스튜디오 안에 속해 그 사업의 이름으로 일한다면 근로자에 가깝다. 판단에 쓰이는 표지는 구체적이다. 시간표와 수업 시각을 누가 정하는가, 스튜디오 로고가 박힌 유니폼을 입는가, 회원이 내는 수업료를 누가 책정하는가, 수업 길이와 난이도와 프로그램 구성에 지시가 있는가, 리포머 같은 큰 기구가 누구 소유인가. 반대로 독립 사업자는 자기 사업을 키우기 위해 일한다. 자기 시간표와 요금을 정하고, 자기 예약 시스템으로 회원을 받고, 수업료를 자기 계좌로 받은 뒤 공간과 기구 사용료를 따로 지급하며, 회원이 오지 않거나 다쳤을 때의 위험도 자기가 진다. 글쓴이는 계약서에 독립 사업자라고 적어 두기만 하면 정리된다는 말이 업계에 돌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못 박는다. 한국에서도 근로자성은 계약의 이름이 아니라 지휘와 감독의 실질을 놓고 판단한다. 다만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므로, 경계에 걸리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전문가에게 확인하는 편이 낫다.
2. 시급은 인건비가 아니다
호주에서는 정규직과 파트타임 근로자의 인건비를 기본급에 부대비용 약 25에서 27퍼센트를 더해 잡는다. 연차휴가, 병가와 돌봄휴가, 공휴일 수당, 산재보험료, 그리고 기본급의 12퍼센트가 된 퇴직연금이 거기에 들어간다. 글에 실린 예시가 이 차이를 잘 보여준다. 기본 시급이 45달러인 강사의 실제 회사 부담은 부대비용을 얹으면 56달러대가 되고, 퇴직연금까지 더하면 61달러를 넘긴다. 강사가 손에 쥐는 금액과 원장이 지출하는 금액이 처음부터 다른 숫자라는 뜻이다. 한국도 구조는 같다. 시급 옆에는 4대보험 사업주 부담분과 퇴직급여, 연차수당과 주휴수당이 붙는다. 건별 계약의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 부담이 단가 안에 미리 섞여 들어가 있고, 대신 아플 때와 쉬는 달의 보장이 없다. 원장이 왜 이만큼밖에 못 주느냐는 질문과 강사가 왜 이만큼밖에 못 받느냐는 질문이 자꾸 어긋나는 것은, 두 사람이 같은 금액의 서로 다른 끝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3. 보수의 상한을 정하는 것은 객단가다
원장이 보수를 정할 때 마지막으로 보는 숫자는 그 강사가 만들어내는 매출이다. 몇 명을 보고, 그 회원들이 한 수업에 얼마를 내는가. 여기서 자주 놓치는 것이 객단가다. 6회 몇만원짜리 체험 특가, 챌린지 패키지, 외부 통합 패스 제휴가 늘어날수록 한 수업이 만들어내는 금액은 내려가고, 그 압력은 고스란히 강사 보수의 여력으로 넘어간다. 글쓴이는 리포머가 스무 대 들어간 그룹 수업이 곧 최대 수익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긋는다. 정원이 곧 수익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가 25년 가까이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함께 본다고 밝힌 또 하나의 지표는 강사가 회원을 쌓고 지켜 온 기간이다. 잘 훈련되고 경험이 쌓인 강사일수록 오래 남고, 오래 남는 강사가 소개와 재등록을 만든다. 강사가 자주 바뀌면 회원의 만족과 몰입이 먼저 흔들리고, 그 손실은 결국 생산성에서 빠진다. 보수 협상에서 경력이 값을 받는 이유가 실력 하나만은 아닌 셈이다.
4. 같은 강사라는 말 안에 세 층위가 있다
글쓴이는 스튜디오가 사는 서비스가 정확히 무엇인지부터 나누라고 제안한다. 첫째는 개인 회원과 그룹 수업의 프로그램을 스스로 설계하고, 사정이 복잡한 회원마다 진행과 수정안을 만들어내는 역할이다. 둘째는 그룹 수업의 구성은 직접 고르되 비교적 건강한 회원 범위 안에서 대응하는 역할이다. 셋째는 프로그램이 이미 정해져 있고 안전과 보험을 위해 현장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뒤로 갈수록 스튜디오는 프로그램을 짜고 교육할 사람을 따로 두어야 하고, 그 비용은 결국 수업 단가에서 빠져나간다. 교육 이수 경력도 다 같은 값이 아니다. 특정 브랜드 안에서만 통용되도록 짜인 교육은 그 브랜드 안에서는 충분하지만 밖으로 나오면 협상력이 되어 주지 못한다. 자기 자격을 이력서 한 줄로만 보지 말고, 지금 스튜디오가 자신에게 실제로 맡기고 있는 층위가 어디인지부터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전 적용
원장이라면 계약서를 다시 꺼내기 전에 지난주 운영을 다섯 줄로 적어 보자. 시간표를 누가 정했는가, 회원 수업료를 누가 책정했는가, 예약과 결제가 누구 계좌로 들어왔는가, 유니폼과 수업 구성에 지시가 있었는가, 기구는 누구 소유인가. 다섯 줄이 모두 스튜디오 쪽을 가리키는데 계약 형태만 프리랜서로 되어 있다면, 그 간극을 노무사와 먼저 정리해 두는 편이 분쟁이 생긴 뒤보다 훨씬 싸게 끝난다. 강사라면 협상 자리에 숫자를 들고 가자. 내가 담당하는 회원 수, 그중 재등록으로 이어진 비율, 내 수업의 평균 객단가, 지난 6개월 취소율. 열심히 하겠다는 말 대신 이 네 줄을 꺼내면 대화의 성격이 바뀐다.
마무리
계약 형태는 취향으로 고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일했는지의 결과로 정해지고, 보수의 상한은 원장의 인심이 아니라 그 스튜디오가 한 수업에서 만들어내는 금액이 정한다. 두 사람이 같은 숫자를 보고 앉으면 협상은 훨씬 짧아진다. 지금 우리 스튜디오에서는 그 숫자를 양쪽이 모두 알고 있는가.
참고: Show me the Money — The Pilates Journal, Carla Mullins(호주에서 필라테스 교육기관을 운영하는 25년 경력 스튜디오 원장) · 원문 보기
※ 본 글은 위 원문을 바탕으로 한국 필라테스 강사·원장 분들에게 맞게 재구성한 칼럼이며, 원문 그대로의 번역본이 아닙니다. 원문에 포함된 저자 소속 교육기관의 유료 구독 안내는 제외했습니다. 호주 제도를 설명한 부분의 수치와 기준은 한국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으며, 이 글은 법률·노무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계약과 보수 문제는 노무사 또는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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