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을 부르지 않는 큐: 평범한 수업과 갈리는 말의 거리
본문
수업이 끝나고 회원이 스튜디오 문을 나선 뒤, 그 사람에게 무엇이 남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오늘 한 동작의 이름은 대개 며칠이면 잊힙니다. 그런데도 어떤 강사의 수업은 다시 예약하게 되고, 어떤 수업은 나쁘지 않았는데도 굳이 찾지 않게 됩니다. 폴스타 필라테스의 국제교육 총괄 셸리 파워는 그 차이가 알고 있는 동작의 개수가 아니라 강사가 회원을 대하는 방식, 그중에서도 수업에서 쓰는 말에서 갈린다고 말합니다.
1. 회원은 혼자서도 알고 있는가
파워가 신입 강사 시절 가장 두려워한 것은, 자기 회원이 다른 강사 앞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있습니다. 지금 내 회원은 이 동작을 왜 하는지 아는가. 집에서 혼자 해 본다면 무엇에 주의를 두어야 하는지, 잘되고 있는지 아닌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가. 답이 아니오라면 수업에 그 정보를 넣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만 설명을 늘리라는 말은 아닙니다. 큐를 많이, 자주 던지면 오히려 정보가 넘쳐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그날 수업에서 다룰 개념을 하나만 정하고, 여러 동작에 걸쳐 같은 개념을 다르게 경험하게 하는 편이 훨씬 오래 남습니다. 갈비뼈와 골반 사이의 거리 하나로 매트 수업 전체를 끌고 갈 수도 있습니다.
2. 말의 거리를 좁히는 법
영어권 교육에서는 “그 다리를 움직이세요”처럼 상대를 직접 부르지 않고 신체 부위만 지목하는 화법을 거리를 두는 언어라고 부릅니다. 회원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 주위에 대고 말하는 셈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어 수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갑니다. 주어를 아예 생략하고 “다리 드세요”, “어깨 내리고”처럼 부위와 동사만 남기는 말투가 기본값이 되어 있습니다. 효율적이지만, 방 안의 여덟 명 중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바꾸는 데 드는 비용은 거의 없습니다. 이름을 앞에 붙이고 소유를 회원에게 돌려주면 됩니다. 매번 다른 강사를 만나는 대형 스튜디오일수록, 자기 이름이 불린 경험이 재등록의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3. 근육을 부르는 대신 과제를 주기
파워가 특히 강하게 말리는 것이 근육 이름을 직접 큐로 쓰는 습관입니다. 복부에 힘, 엉덩이 조이고 같은 지시를 들으면 회원은 그 부위만 과하게 수축시키고, 움직임은 효율과 자연스러움을 잃습니다. 연주는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닌데 한 악기에만 소리를 키우라고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골반저도 예외가 아닙니다. 호흡과 부하, 움직임의 변화에 따라 이미 배경에서 일하고 있는 근육에게 일하라고 다시 말할 이유는 없습니다. 대신 뼈와 방향, 해야 할 과제를 줍니다. 발바닥으로 풋바를 밀어 캐리지를 멀리 보내라는 말이 대퇴사두를 쓰라는 말보다 정확하게 작동합니다. 움직임이 시작된 다음에 질을 다듬는 큐를 한 겹씩 얹는 순서도 함께 기억해 둘 만합니다.
4. 한 번은 내 수업을 들어 볼 것
가장 불편하지만 가장 빠른 점검은 자기 수업을 녹음하거나 녹화해 다시 보는 것입니다. 같은 큐를 몇 번 반복하는지, 설명보다 숫자를 세는 데 시간을 더 쓰지는 않는지, 목소리가 뒷줄까지 닿는지가 그대로 들립니다. 영상이면 자세와 시선, 회원과 눈을 맞추는 빈도까지 보입니다. 듣기 싫다는 마음은 대부분 첫 3분이면 지나가고, 생각보다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호흡 큐도 같은 기준으로 점검할 수 있습니다. 파워는 호흡을 두고 “도구이지 규칙이 아니다”라고 정리합니다. 들이쉬고 내쉬고를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대신, 그 호흡이 지금 이 움직임을 실제로 돕고 있을 때만 꺼내라는 뜻입니다.
실전 적용
이번 주 수업 한 타임을 회원 동의를 얻어 음성으로만 녹음해 보십시오. 다시 들으며 세 가지만 세면 됩니다. 회원의 이름을 부른 횟수, 같은 큐를 반복한 횟수, 그리고 숫자를 센 시간과 설명한 시간의 비율입니다. 그다음 수업에서는 풋워크 한 세트를 여덟 박자에 밀고 여덟 박자에 돌아오게 해 보시길 권합니다. 무엇에 집중하라고 미리 말하지 말고, 끝난 뒤에 어디가 가장 많이 쓰였는지 물어보십시오. 같은 동작을 한 다섯 사람이 서로 다른 곳을 말하는 순간, 다음 큐를 어디에 놓아야 할지가 분명해집니다.
마무리
수업의 수준은 강사가 얼마나 많이 아는지가 아니라 회원이 무엇을 들고 나가는지로 드러납니다. 오늘 수업에서 회원의 이름을 몇 번 부르셨는지, 그리고 근육 이름을 몇 번 부르셨는지 한번 세어 보시면 어떨까요.
참고: Learn what can set you apart as a teacher — The Pilates Journal (Shelly Power) · 원문 보기
※ 본 글은 위 원문을 바탕으로 한국 필라테스 강사·원장 분들에게 맞게 재구성한 칼럼입니다. 원문 그대로의 번역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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