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가 많아질수록 몸은 사라진다: 감각을 깨우는 큐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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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게 너무 많아요." 수업을 마친 회원이 한숨과 함께 이렇게 말한다면, 그 말은 칭찬이 아닙니다. 손으로 잡아 주지 않으면 같은 동작을 다시 만들지 못하겠다는 회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반응 모두 지난 50분 동안 회원이 몸이 아니라 머리로 수업을 따라왔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무브먼트 테라피스트이자 폴스타 필라테스 멘토인 크리스틴 뢰어는 회원의 이 한숨을 듣고 자신의 티칭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했다고 고백합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따라가 봅니다.
1. 친절한 큐가 오히려 몸을 밀어낸다
뢰어는 회원이 동작을 '생각'으로 조립하는 동안 몸의 감각은 뒤로 밀려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규칙을 이해하고 논리로 판단하는 사고 중심의 생활에 익숙해서, 새로운 과제를 만나면 자동으로 머리부터 돌아갑니다. 여기에 강사가 정렬, 호흡, 이미지 큐를 겹겹이 쌓으면 회원의 머리는 과부하가 되고, 몸은 통합 대신 긴장으로 버팁니다. 흥미로운 것은 과잉 큐의 출발점이 회원이 아니라 강사라는 지적입니다. 아는 것을 다 전하지 않으면 게으른 것 같고, 뭔가 더 해 줘야 성실한 강사인 것 같은 불안. 뢰어는 그 불안이 자신을 '생각하는 강사'로 만들었고, 회원이 압도되고 있다는 조용한 신호를 놓치게 했다고 돌아봅니다.
2. 경험의 다섯 요소, 내 큐는 어디에 몰려 있나
뢰어는 심리학자 피터 러빈의 SIBAM 모델을 빌려 옵니다. 인간의 경험은 감각, 이미지, 행동, 정서, 의미라는 다섯 요소로 이루어진다는 틀입니다. 이 틀로 우리의 큐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행동 큐와, 그것을 돕는 이미지 큐에 몰려 있습니다. 정작 움직임을 몸에 새기는 열쇠인 감각은 거의 다뤄지지 않습니다. 촉각 큐도 마찬가지입니다. 손으로 위치를 잡아 주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손길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회원이 스스로 느껴야 변화가 남습니다. 느끼지 못하면 회원은 다음 수업에서 다시 예전 패턴으로 돌아가고, 강사의 손을 기다리는 관계만 반복됩니다. 터치가 나쁜 것이 아니라, 터치가 만든 변화를 회원의 감각이 받아 적을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입니다.
3. 지시를 줄이고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뢰어가 제안하는 전환은 단순합니다. 말해 주는 대신 물어보는 것. 매트에 닿아 있는 등의 면적이 느껴지는지처럼 특정 부위로 주의를 데려가는 질문도 좋고, 흐름이 붙기 시작했을 때 몸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묻는 열린 질문도 좋습니다. 질문에 답하려면 회원은 반드시 자기 몸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감각은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강사가 대신 느껴 줄 수 없고, 자기 경험의 전문가는 결국 회원 자신입니다. 다만 속도가 관건입니다. 감각을 읽는 데는 시간이 걸리므로, 질문을 던졌다면 침묵을 견디며 기다려야 합니다. 답을 재촉하는 순간 회원은 다시 머리로 올라갑니다. 뢰어는 이런 감각 중심의 접근이 회원에게 자기 몸에 대한 주도권을 돌려주고, 수업에 대한 참여도까지 끌어올린다고 말합니다.
실전 적용
내일 수업에서 동작 하나를 정해 실험해 보면 어떨까요. 평소 그 동작에 쓰던 큐를 셋에서 하나로 줄이고, 대신 질문 하나를 던진 뒤 회원이 스스로 답을 찾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지금 발바닥과 바 사이에 무게가 어디에 실려 있는지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룹 수업이라면 소리 내어 답하게 하는 대신 속으로 확인할 시간을 3초만 주어도 좋습니다. 한국처럼 50분 그룹 리포머 수업의 템포가 빠른 환경일수록, 이 짧은 멈춤이 회원에게는 수업 중 처음으로 자기 몸과 만나는 순간이 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
큐의 양은 티칭의 성실함을 증명하지 않습니다. 회원이 스스로 느끼게 만든 큐 하나가 열 개의 지시보다 오래 남습니다. 오늘 수업에서 당신의 큐는 회원의 머리를 향했나요, 몸을 향했나요.
참고: How to Promote Embodiment in Your Clients: Somatic Cueing — Kristin Loeer, Polestar Pilates Blog · 원문 보기
※ 본 글은 위 원문을 바탕으로 한국 필라테스 강사·원장 분들에게 맞게 재구성한 칼럼입니다. 원문 그대로의 번역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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