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다른 몸으로 오는 회원: 다발성 경화증과 필라테스 수업 설계 > 필라테스 칼럼

본문 바로가기

필라테스 칼럼

매일 다른 몸으로 오는 회원: 다발성 경화증과 필라테스 수업 설계

profile_image
코어인사이드랩
26-07-24 08:41 45 0

본문

지난주에는 잘 걸어 들어왔던 회원이 오늘은 계단이 무서웠다고 말한다. 다발성 경화증(MS)을 가진 회원의 몸은 날마다 다르다. 상담 문의가 들어오면 많은 강사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하지만, 미국 폴스타 교육 강사 니콜 앤더슨은 MS 회원과의 수업이야말로 강사를 끊임없이 성장시키는 자리라고 말한다. 그가 오랜 현장 경험으로 정리한 수업 원칙을 한국 스튜디오 상황에 맞게 옮겨 본다.

1. 증상이 제각각인 이유: 신경의 절연이 벗겨지는 질환

MS는 면역계가 자기 몸의 중추신경계를 공격하는 질환이다. 신경섬유를 감싸 신호 전달을 빠르게 해 주는 수초가 반복적으로 손상되면 흉터 조직, 즉 경화가 생기고, 뇌와 척수에서 내려오는 신호가 끊기거나 왜곡된다. 어느 신경이 얼마나 손상됐는지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진단명을 가진 두 회원의 몸이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 주로 20~50세에 진단되고 여성에게 두세 배 흔하다. 현장에서 자주 만나는 증상은 발목을 들어 올리는 근육이 약해져 걸음이 걸리는 발처짐, 손발의 저림과 감각 저하, 쉽게 오는 피로, 근력 약화, 그리고 팔다리가 뻣뻣하게 굳는 경직이다. 발처짐은 낙상 위험과 직결되므로 균형 훈련의 출발점이 된다.

2. 수업 환경이 먼저다: 시원하게, 자주 쉬고, 늘 곁에서

동작을 고르기 전에 환경부터 점검해야 한다. 체온이 오르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빠지거나 재발을 부추길 수 있어 실내는 서늘하게 유지한다. 한여름 스튜디오라면 수업 시간대와 냉방을 먼저 조정하는 것이 프로그램보다 앞선 배려다. 휴식도 회원의 느낌에 맡기지 않는다. 더 할 수 있다고 말해도 피로가 쌓이기 전에 강사가 먼저 쉼표를 넣어야 한다. 그리고 감각이 무뎌진 손발에서는 스트랩이나 바가 소리 없이 미끄러질 수 있으므로, 움직이는 기구를 쓸 때는 강사가 반드시 곁에서 받쳐 줄 준비를 한다.

3. 손끝과 발끝에서 시작하는 세션 설계

앤더슨의 워밍업은 필라테스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부위, 손과 발의 자극에서 출발한다. 발가락을 하나씩 당기고 발바닥을 손끝으로 두드리고 발목으로 허공에 글자를 그린다. 손은 주먹을 힘껏 쥐었다가 활짝 펴고, 피아노를 치듯 손가락을 하나씩 움직인 뒤 두 손을 비벼 감각을 깨운다. 감각이 저하된 말단을 먼저 연결해야 그다음 동작이 몸에 닿는다. 자리 이동도 수업의 일부로 삼는다. 앉았다 서기, 매트에서 기구로 옮겨 가기 같은 전환 자체를 전략적으로 연습하면 그대로 일상의 기능 훈련이 된다. 균형은 맨바닥이 아니라 기구의 지지 위에서 안전하게 쌓는다. 타워 바에 안전 스트랩을 걸어 단단한 손잡이를 만들어 주고 힐 레이즈나 한 다리 서기를 연습하는 식이다.

실전 적용

내일 MS 회원을 만난다면 세 가지를 준비하자. 첫째, 고정 도구다. 감각이 무딘 발은 벨크로 스트랩으로 풋바에, 손은 다월에 연결하고, 스프링 작업에는 Y스트랩을 활용한다. 다리 연결이 어려운 회원의 브리지에는 세라밴드로 허벅지를 가볍게 묶어 주면 골반 안정을 찾기 쉬워진다. 둘째, 허락을 구한 뒤의 촉각 큐다. 연결이 잘 안 되는 부위에 손을 대어 위치를 알려 주면 말보다 빠르게 감각이 돌아온다. 셋째, 수업 첫 오 분의 체크인이다. 어젯밤 수면, 오늘의 기온, 컨디션을 묻고 그날의 계획을 조정한다. 국내에서도 병원 재활을 마친 뒤 운동을 이어 갈 곳을 찾아 스튜디오 문을 두드리는 신경계 질환 회원이 늘고 있는 만큼, 이 준비는 곧 스튜디오의 경쟁력이 된다.

마무리

MS 회원에게는 어제의 강점이 오늘의 약점이 될 수 있다. 기준은 지난주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의 몸이고, 진보는 언제나 상대적이다. 매일 다른 몸으로 문을 여는 회원을 맞을 준비, 우리 스튜디오는 되어 있는가.


참고: Creating Positive Movement Experiences for Pilates Clients with MS — Polestar Pilates Blog (Nichole Anderson, NCPT) · 원문 보기
※ 본 글은 위 원문을 바탕으로 한국 필라테스 강사·원장 분들에게 맞게 재구성한 칼럼입니다. 원문 그대로의 번역본이 아닙니다.

코어바디 전문가회원
스텔라니 미니볼
샨툴란 플로우 웨이트링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95 건 - 1 페이지

체어는 심화반 기구가 아니다: 리포머의 컨트롤을 수직으로 세우는 법

스튜디오 구석에 체어 한 대는 있는데, 정작 수업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포머는 예약이 꽉 차고 매트는 그룹으로 돌아가는데, 체어 앞에는 회원도 강사도 잘 서지 ..

코어인사이드랩 2026-09-05 9

측만증 회원에게 한쪽만 시켜야 할까: 오목한 쪽을 여는 수업 설계

측만증이 있다고 말하는 회원이 수업에 오면 강사가 가장 먼저 받는 질문은 대개 비슷합니다. 한쪽만 더 해야 하나요, 휜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동작을 골라야 하나요, 볼록한 쪽으로 ..

코어인사이드랩 2026-09-04 11

주 1회만 오는 회원이 문제가 아니었다: 목표를 다시 묻는 대화

등록 상담 때는 누구나 목표를 묻습니다. 어디가 불편한지, 무엇을 바라고 왔는지 꼼꼼히 적어 두죠. 그런데 그 질문을 두 번째로 꺼낸 게 언제였는지 떠올려 보면, 대부분은 기억이 ..

코어인사이드랩 2026-09-03 14

무료 체험이 회원을 남기지 못하는 이유: 첫 세 번을 설계하는 법

체험 문의는 꾸준히 들어옵니다. 광고도 돌리고, 첫 수업은 무료라고 안내도 걸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을 결산해 보면 체험만 하고 사라진 이름이 대부분입니다. 이 지점에서 원장..

코어인사이드랩 2026-09-02 16

크게 쉬라는 말이 어깨를 올린다: 호흡을 다시 가르치는 순서

새 회원이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오면 무엇부터 보시나요. 미국 새크라멘토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움직임 코치 제임스 크레이더는 상담지를 채우고 걸음걸이를 관찰한 다음, 곧바로 회..

코어인사이드랩 2026-09-01 25

회원을 부르지 않는 큐: 평범한 수업과 갈리는 말의 거리

수업이 끝나고 회원이 스튜디오 문을 나선 뒤, 그 사람에게 무엇이 남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오늘 한 동작의 이름은 대개 며칠이면 잊힙니다. 그런데도 어떤 강사의 수업은 ..

코어인사이드랩 2026-08-31 25

고쳐 주려 할수록 수업이 무거워진다: 교정 대신 주도권을 남기는 법

수업 시작 5분 전, 회원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이야기를 꺼냅니다. 골반이 틀어졌다는 말을 들었고, 어깨는 한쪽이 올라가 있고, 허리는 원래 약하다고 합니다. 아직 매트에 앉지도..

코어인사이드랩 2026-08-30 34

흐름을 만든다고 수업이 되진 않는다: 리포머 시퀀스를 설계하는 순서

요즘 그룹 리포머 수업에서 흐름은 곧 실력처럼 통합니다. 캐리지가 멈추지 않고, 동작과 동작 사이가 매끄럽게 이어지고, 50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수업. 회원은 땀을 흘리며 만족스..

코어인사이드랩 2026-08-29 27

임신을 준비하는 회원이 왔다: 필라테스가 돕는 법과 지켜야 할 선

"요즘 임신을 준비하고 있어요." 상담이나 수업 중에 이 말을 듣는 순간, 강사의 머릿속은 복잡해집니다.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는 배웠지만,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는 배운 적이 없..

코어인사이드랩 2026-08-28 41

살은 빠지는데 근육이 사라진다: GLP-1 시대의 회원을 맞는 법

체중이 부쩍 줄어든 회원이 오랜만에 스튜디오에 돌아옵니다. 몸은 가벼워졌다는데 캐리지 위에서는 예전보다 쉽게 지치고, 버티던 스프링을 무겁게 느낍니다.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GL..

코어인사이드랩 2026-08-27 36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