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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칼럼

상상이 안 된다는 회원에게: 같은 동작에 그림 세 개를 준비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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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인사이드랩
26-10-12 06:51 4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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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에 회원이 이렇게 말할 때가 있다. "저는 그런 상상이 잘 안 돼요." 영미권에서 20년 넘게 필라테스를 가르친 한 강사는 동료에게서 비슷한 말을 들었다고 한다. 회원들이 심상 큐를 좋아하지 않으니 아예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림을 주지 않은 수업에서도 회원의 머릿속은 비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어야 할 것은 심상을 쓸지 말지가 아니라, 지금 그 회원이 보고 있는 그림에 방향이 있는지다.

1. 그림을 주지 않아도 회원은 무언가를 본다

심상은 흔히 생각과 같은 것으로 취급되지만, 둘은 작동 방식이 다르다. 아침에 먹은 음식을 떠올려 보면 장면만 오지 않는다. 맛과 냄새, 입안의 감각이 함께 따라온다. 심상은 이렇게 여러 감각이 동시에 작동하는, 의식적으로 방향을 정한 주의다. 그래서 회원이 거부하는 것은 대개 심상 자체가 아니라 "상상"이라는 단어다. 단어를 바꾸고 감각으로 들어가면 같은 작업이 수월해진다. 더 중요한 사실은 강사가 그림을 주지 않아도 회원은 무언가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스스로 쓸 만한 초점을 만들어 내는 회원도 있지만, 어제 못 끝낸 일이나 수업 끝나고 들러야 할 곳으로 머릿속이 채워지는 회원도 있다. 강사의 선택지는 심상의 유무가 아니라, 그 자리를 방향 있는 그림으로 채울지 아니면 비워 둘지다.

2. 같은 동작에 그림 네 개를 준비한다면

필자는 리포머 롱 스트레치를 예로 든다. 이 동작에서 자주 보이는 것은 바에 주저앉는 몸통, 들려 올라간 날개뼈, 아픈 손목, 머리에서 다리까지 이어져야 할 선이 중간에서 끊기는 모습이다. 그는 같은 문제에 쓸 수 있는 네 가지 그림을 나란히 놓는다. 첫째는 해부학적 설명이다. 전거근이 날개뼈를 갈비뼈에 붙여 잡고, 날개뼈가 공처럼 갈비뼈를 돌아 미끄러진다고 말해 준다. 다만 회원에 따라 너무 전문적으로 들릴 수 있다. 둘째는 몸 아래 큰 공이 있고 그 위에서 떠오른다고 느끼게 하는 것인데, 반대로 너무 막연할 수 있다. 셋째는 등에 막대를 댔다고 보고 머리와 척추를 그 선에 맞추는 방식으로, 분명히 작동하지만 지루하다. 넷째가 필자가 가장 자주 쓰는 것이다. 내 몸이 화살이라고 보고 발꿈치에서 머리까지 힘이 흐르게 한 다음, 뒤로 가며 추진력을 모아 바 위로 뻗어 나간다. 요점은 네 개 중 정답이 있다는 것이 아니다. 이 회원에게 작동하는 그림이 있을 뿐이다.

3. 언제 말을 얹고 언제 그냥 두는가

그림을 준비했다고 매번 꺼낼 필요는 없다. 필자가 제시하는 기준은 관찰이다. 움직임의 선이 분명하고 회원이 자기 안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 보이면, 말을 얹지 않는 편이 낫다. 그 회원은 이미 자기 심상으로 작업하는 중이다. 반대로 움직임이 흐릿해지거나 주의가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이 보이면 그때 들어간다. 손을 대는 것만이 방법은 아니다. 촉각 큐가 적절하지 않은 상황도 많고, 그럴 때는 뼈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말로 풀어 주는 편이 더 값지다. 프랭클린 메서드에서 뼈의 움직임을 다루는 방식이 여기에 가깝다. 바꿔 말하면 가르치는 일은 지시가 아니라 협업에 가깝다. 강사는 지식과 이 회원이 해낼 수 있다는 신뢰를 가져오고, 회원은 자신의 능력과 바라는 것, 강사에 대한 신뢰, 그날의 태도를 가져온다. 어떤 그림이 통하는지 알아 가는 과정 자체가 그 회원을 읽는 일이 된다.

4. 심상은 재능이 아니라 작업이다

심상이 처음에 잘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의식적인 노력이 들고, 이것이 어딘가로 이어진다는 최소한의 믿음도 필요하다. 그래서 "저는 안 돼요"라는 말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 해 본 적이 없다는 뜻으로 읽는 것이 맞다. 다만 여기서 조심할 것이 하나 있다. 원문은 연구나 통계를 근거로 제시하지 않는다. 마인드셋이 성과의 몇 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식의 문구가 업계에 돌아다니지만, 필자 스스로 그것이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광고 문구임을 밝히고 있다. 심상을 숫자로 정당화하려 하면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진다. 근거는 수업 안에 있다. 어떤 문장을 주었을 때 회원의 선이 달라졌는지, 그 변화가 다음 주에도 남아 있는지가 강사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자료다. 한국 현장에는 한 겹이 더 있다. 큐 문장이 교육 과정마다 정답처럼 전수되어, 왜 그 비유를 쓰는지 모른 채 반복하다가 통하지 않으면 회원이 집중을 안 한다고 넘겨 버리기 쉽다. 여덟 명이 함께 하는 그룹 리포머에서 심상이 시간 낭비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화살처럼 두 단어로 끝나는 그림도 있다.

실전 적용

내일 수업에서 해 볼 것은 하나다. 자주 가르치는 동작 하나를 골라 그림을 세 개 미리 적어 둔다. 하나는 해부학적 설명, 하나는 사물에 기댄 비유, 하나는 몸 전체의 방향을 느끼게 하는 문장으로 서로 다른 결을 섞는다. 수업에서는 한 개만 꺼내고 두세 번 반복하는 동안 선이 달라지는지 본다. 달라지지 않으면 설명을 길게 늘이지 말고 다음 그림으로 바꾼다. 그리고 회원 기록에 어떤 그림이 통했는지 한 줄 남긴다. 말을 꺼낼 때는 상상해 보라고 하지 말고 그렇게 느껴 보라고 하는 편이 낫다. 같은 작업인데 문턱이 낮아진다.

마무리

심상은 수업을 꾸미는 장식이 아니라 회원의 주의를 어디에 둘지 정하는 일이고, 그 자리를 비워 두면 다른 것이 들어온다. 오늘 수업에서 당신의 회원은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참고: Why Use Directed Imagery? — Pilates Intel · Julia Wyncoll · 2019-08-13 · 원문 보기
※ 본 글은 위 원문을 바탕으로 한국 필라테스 강사·원장 분들에게 맞게 재구성한 칼럼입니다. 원문 그대로의 번역본이 아닙니다. 원문에는 연구·통계 근거가 제시되지 않으며, 필자가 언급한 마인드셋 비중 수치는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문구여서 본 칼럼에서는 수치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필자 운영 스튜디오·교육 과정 안내와 매체 구독·영상 링크는 제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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