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타임 수업료보다 싼 일은 넘긴다: 원장의 한 주를 다시 짜는 순서
본문
원장의 일정표를 열어 보면 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대개 수업 시간뿐이다. 예약 응대, 회원 상담 기록, 정산, 청소, 기장, 계정 관리 같은 나머지 일에는 애초에 칸이 없다. 칸이 없으니 수업 사이 십 분과 퇴근 뒤로 밀리고, 그러다 보면 시간표는 꽉 차 있는데도 해야 할 일 목록은 줄지 않는다. 미국에서 필라테스 사업 코칭을 해 온 한 강사는 이 문제를 일의 양이 아니라 일정표에 적는 순서의 문제로 본다. 더 부지런해지는 쪽이 아니라, 먼저 칸을 잡는 것이 무엇인지 바꾸는 쪽이다.
1. 바쁜 것은 자랑이 아니다
그가 돌아보는 2015년은 스튜디오 아홉 곳을 관리하면서 주 열다섯 시간 이상 직접 수업하고, 교사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첫 리트릿을 준비하던 해였다. 쉬는 날로 비워 둔 날에 공황을 겪은 뒤 그가 한 일은 더 열심히 버티는 것이 아니었다. 자기가 달고 있는 직함과 하고 있는 일, 들어오는 수입원을 종이에 전부 적었다. 적어 놓고 나서야 들인 시간에 비해 보수가 적은 역할이 하나 보였고, 그것을 내려놓았다. 빈 수입은 회원 유입에 시간을 더 써서 메웠고, 그렇게 생긴 시간으로 보조 인력을 들였다. 몇 달이 걸렸고, 이듬해에는 일을 덜 하면서 전년보다 더 벌었다는 것이 그의 기록이다. 이 숫자는 공개된 조사 결과가 아니라 본인의 회고이므로 성과 보장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다만 순서는 눈여겨볼 만하다. 먼저 적고, 그다음에 뺐다.
2. 먼저 칸을 잡는 일과 틈으로 흘리는 일
그가 쓰는 방법은 일을 세 종류로 나눠 일정표에 넣는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첫째는 협상하지 않는 일이다. 취침과 기상 시각, 운동, 가족과 보내는 시간, 그리고 수업 시간.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하나 있다. 수업하는 시간과 사업을 위해 일하는 시간은 같은 칸이 아니다. 둘째는 사업을 앞으로 미는 일이다. 미뤄 둔 홍보물 제작, 근처 업체에 제휴를 먼저 제안해 보는 일처럼 매주 내용이 달라지는 것들인데, 이것들은 따로 칸을 비워 두지 않으면 영원히 다음 주로 넘어간다. 메일 확인이나 피드 구경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는다. 셋째는 중요하지만 주는 대로 늘어나는 일이다. 메일, 정산, 댓글과 메시지 답변. 이 일들에는 칸을 주지 않고 틈으로 흘려보낸다. 핵심은 순서다. 늘어나는 일에 먼저 칸을 주면 사업을 미는 일이 들어갈 자리는 남지 않는다.
3. 넘길 일을 가르는 하나의 숫자
무엇을 남에게 넘길지 정하는 기준으로 그는 자기 시간당 수입을 쓴다. 그보다 적은 비용으로 맡길 수 있는 일이면 맡긴다는 것이다. 그가 드는 예가 구체적이다. 집과 스튜디오 청소를 맡기는 비용이 한 시간 수업 한 타임 수업료와 비슷했고, 그것을 넘겨서 주마다 몇 시간을 되찾았다. 한 번에 여러 개를 넘기지 않고 하나씩 시작하라는 조건이 붙는다. 사람을 쓰기 시작한 다음에는 기대하는 바를 말로 분명히 할 것을 권한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왜 다르게 하고 싶은지를 설명해야 하고, 말하지 않은 기준은 상대가 읽어 낼 수 없다. 마감을 겹치지 않게 옮기는 것도 같은 줄기다. 워크숍과 홈페이지 작업을 굳이 같은 달에 둘 이유는 없다. 그리고 채널마다 한 번씩 물어볼 것을 제안한다. 매일 올리는 게시물, 영상 채널, 온라인 수업, 교사 양성 과정이 지금 정말 필요한가.
4. 한국 스튜디오에서 첫 수가 달라지는 이유
원문은 여러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가격과 채용을 모두 결정하는 사람을 전제로 한다. 한국의 상당수 스튜디오는 리포머 다섯에서 여덟 대 규모에 원장이 곧 간판 강사인 구조다. 여기서는 수업 시수를 줄이는 순간 매출이 바로 줄고, 넘긴 일의 비용은 그보다 먼저 나간다. 그래서 청소 외주로 시작하라는 조언은 한국에서 체감이 다르다. 대신 먼저 손댈 자리가 따로 있다. 예약과 문의가 전화, 메신저 채널, 개인 메시지로 흩어져 들어오는 구조에서는 응대에 영업시간이라는 개념이 없어진다. 늘어나는 일이 하루 스물네 시간 새어 드는 것이다. 창구를 하나로 줄이고 답하는 시간대를 공지하는 것은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가장 넓은 칸을 되찾는다. 그다음이 기장이나 정산처럼 자격과 숙련이 필요해 원장이 직접 하면 유독 느려지는 일이다. 반대로 수업 시수 자체는 회차권 선결제 구조 때문에 조정 효과가 한 분기 뒤에 나타나므로, 분기 단위로만 건드리는 편이 안전하다.
실전 적용
이번 주 일요일 저녁에 이십 분만 쓴다. 일곱 날이 한눈에 보이는 빈 주간표를 하나 그리고, 협상하지 않는 일부터 칸을 잡는다. 취침과 기상, 운동, 가족 시간, 그리고 수업 시간. 그다음에 사업을 미는 일을 아흔 분씩 두 칸만 넣는다. 미뤄 둔 것 중에서 딱 하나만 고른다. 메일과 메시지, 정산에는 칸을 주지 않고 남는 틈으로 흘린다. 마지막으로 지난달에 남은 금액을 실제로 투입한 시간으로 나눠 내 시간당 수입을 구하고, 그보다 싼 비용으로 넘길 수 있는 일을 하나만 적어 둔다. 다음 주 같은 시간에 두 칸이 지켜졌는지만 표시해 보면 된다.
마무리
일정표에 수업만 들어 있으면 나머지 일은 사라지지 않고 틈과 밤으로 옮겨 간다. 먼저 칸을 잡는 것이 무엇인지 바꾸는 쪽이 더 부지런해지는 쪽보다 빠르다. 이번 주 일정표에서 사업을 앞으로 미는 일에 비워 둔 칸은 몇 개입니까.
참고: Build a schedule that helps you grow your Pilates business — The Pilates Journal · Lesley Logan · 원문 보기
※ 본 글은 위 원문을 바탕으로 한국 필라테스 강사·원장 분들에게 맞게 재구성한 칼럼입니다. 원문 그대로의 번역본이 아닙니다. 원문에 포함된 필자 운영 코칭 프로그램·웨비나·리트릿 안내는 제외했으며, 수입 변화에 관한 서술은 필자 본인의 회고로 공개 조사 결과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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