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회원과는 유독 겉돈다면: 강사의 말투를 다섯 갈래로 넓히는 법
본문
수업이 유난히 잘 맞는 회원이 있습니다. 큐 한마디에 몸이 바로 반응하고, 농담도 통하고, 재등록 이야기를 먼저 꺼냅니다. 그런데 같은 시간표에 아무 문제 없이 다니다가 두세 달 뒤 조용히 사라지는 회원도 있습니다. 동작을 잘못 가르친 것도, 실력이 모자란 것도 아닌데 끝까지 어딘가 겉돌던 사람입니다. 호주의 필라테스 전문 매체에 실린 한 강사 교육자의 글은 이 간격의 원인을 지식이 아니라 말의 결에서 찾습니다.
1. 회원은 동작보다 강사의 결을 먼저 읽는다
미국에서 20년 넘게 강사를 길러 온 존 개리는 모든 강사에게 타고난 전달 방식이 있고, 회원은 첫 마디가 나오기 전에 이미 그것을 감지한다고 말합니다. 강사가 문을 열고 들어설 때의 공기, 교정을 건네는 방식, 회원이 처음으로 동작을 해냈을 때 반응하는 속도 같은 것들입니다. 같은 교정이라도 어떤 강사가 하면 응원으로 들리고, 어떤 강사가 하면 점검으로 들립니다. 회원이 수업을 기억하는 방식도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 한 동작의 이름은 며칠이면 잊히지만, 그 50분 동안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대접받았는지는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그는 무엇을 가르치는가만큼 어떻게 말하는가가 강사의 실력이라고 정리합니다. 문제는 이 결을 따로 배운 강사가 드물다는 점입니다. 자격 과정에서 익히는 것은 동작과 금기 사항이고, 말투는 대개 각자의 성격에 맡겨집니다.
2. 다섯 갈래로 나눠 본 강사의 말투
개리는 강사의 소통 방식을 다섯 갈래로 나눠 봅니다. 첫째는 분위기를 끌어가는 결입니다. 유머와 이야기로 수업의 공기를 데우고, 회원이 그 시간을 기다리게 만듭니다. 둘째는 기운을 불어넣는 결입니다. 할 수 있다는 확신을 목소리에 실어 회원이 주춤하는 구간을 넘어가게 합니다. 셋째는 방향을 잡아 주는 결입니다. 오늘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거기까지 가는 순서를 정확하게 안내합니다. 넷째는 이해를 만들어 주는 결입니다. 이 동작이 왜 필요한지, 지금 느끼는 감각이 무엇인지 회원의 언어로 풀어 줍니다. 다섯째는 곁에 있어 주는 결입니다. 말수는 적어도 회원의 컨디션과 표정을 읽고,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고 먼저 말해 줍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성격 진단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개리는 다섯 가지를 타고나는 기질이 아니라 훈련으로 익히는 기술로 봅니다.
3. 기본값 하나로 굳으면 놓치는 회원이 생긴다
대부분의 강사는 이 중 한두 가지를 기본값으로 쓰면서도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합니다. 자기에게 편한 결이니 자연스럽고, 그 결에 맞는 회원들이 남으니 문제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간격은 나머지 회원에게서 벌어집니다. 따뜻하게 품는 데 익숙한 강사는 구조와 목표가 필요한 회원을 끝내 밀어 주지 못하고, 끌어올리는 데 능한 강사는 오늘은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신호를 놓칩니다. 설명이 강점인 강사는 이미 머리로는 다 아는 회원에게 한 겹 더 설명을 얹습니다. 한국 스튜디오라면 이 문제가 더 선명합니다. 50분 그룹 리포머 한 타임에 여덟에서 열 명이 들어오고, 그중에는 통증 때문에 온 사람과 체형 때문에 온 사람과 그저 기분 전환하러 온 사람이 섞여 있습니다. 한 가지 결로만 수업을 끌고 가면 그 절반에게는 말이 닿지 않습니다.
실전 적용
이번 주에 딱 한 수업만 돌아보시길 권합니다. 녹음이 어렵다면 수업이 끝난 직후 5분 동안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려 적어도 됩니다. 그리고 그 말들을 위 다섯 갈래로 나눠 보세요. 대부분은 두 갈래에 몰려 있을 겁니다. 그다음 가장 적게 쓴 결을 하나 골라, 그 결이 필요해 보이는 회원 한 명에게만 적용합니다. 늘 따뜻하게 말해 왔다면 그 회원에게는 오늘의 목표를 한 문장으로 못 박아 주고, 늘 설명해 왔다면 설명을 접고 해냈을 때 한마디만 얹어 봅니다. 한 명, 한 수업이면 충분합니다. 달라지는 것은 회원의 반응이 아니라 강사가 쓸 수 있는 폭입니다.
마무리
강사의 성장이 늘 새로운 동작이나 다음 자격 과정일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할 줄 아는 말을 다른 결로 건네는 일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지난주 수업에서 유독 말이 겉돌던 회원이 떠오르신다면, 그 회원에게 부족했던 것은 어떤 결이었을까요.
참고: The 5 Pilates Teacher Archetypes (John Garey) — The Pilates Journal · 원문 보기
※ 본 글은 위 원문을 바탕으로 한국 필라테스 강사·원장 분들에게 맞게 재구성한 칼럼입니다. 원문 그대로의 번역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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