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원은 필라테스만 하지 않는다: 숫자로 다시 읽는 회원 구성
본문
필라테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말은 이제 새롭지 않습니다. 정작 원장과 강사에게 필요한 건 그 다음 질문입니다. 지금의 흐름이 우리 스튜디오의 다음 분기 매출로 이어질지, 아니면 몇 달 뒤 조용히 빠져나갈 신규 회원 명단으로만 남을지는 전혀 다른 문제이니까요. 최근 미국 스포츠피트니스산업협회(SFIA)가 2025년 한 해의 참여 데이터를 공개했고, 호주의 필라테스 전문 매체가 이를 정리해 소개했습니다. 숫자를 하나씩 뜯어 보면 시장이 커졌다는 사실보다 훨씬 쓸모 있는 정보가 몇 개 숨어 있습니다.
1. 늘어난 것은 체험이 아니라 습관이었다
미국에서 필라테스를 한다고 답한 인구는 1,380만 명입니다. 2020년 990만 명에서 5년 만에 약 39% 늘었고, 2025년 한 해에만 6.8% 증가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체감으로 이미 아는 이야기입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그 다음입니다. SFIA는 참여자를 연 1~49회의 가벼운 참여자와 연 50회 이상의 핵심 참여자로 나누는데, 후자가 310만 명에서 338만 명으로 7.6% 늘었습니다. 전체 증가율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인지도가 올라가면 사람은 한 번 들어옵니다. 그러나 주 1회 이상 꾸준히 나오는 사람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유행이 아니라 생활 습관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우리 스튜디오의 성장 지표도 이 지점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달 신규 문의가 몇 건인지보다, 주 1회 이상 오는 회원의 비중이 지난 분기보다 늘었는지가 더 정확한 신호입니다.
2. 문을 여는 나이와 오래 남는 나이는 다르다
전체 참여자의 70%는 여성입니다. 연령별로 보면 18~24세 여성의 10.3%, 25~34세 여성의 9.9%가 필라테스를 합니다. 미국의 젊은 여성 열 명 중 한 명꼴이라는 뜻입니다. 요즘 필라테스의 얼굴이 왜 점점 젊어 보이는지 설명이 되는 숫자입니다. 그런데 연 50회 이상 나오는 핵심 참여자만 따로 떼어 보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이 집단의 85.7%는 여성이지만 연령은 훨씬 고르게 퍼져 있습니다. 25~34세가 19.7%, 35~44세가 17.7%, 45~54세가 17%, 55~64세가 14.5%, 65세 이상이 15.8%입니다. 신규 유입을 만드는 얼굴과 오래 남아 매출을 지탱하는 얼굴이 같지 않다는 뜻입니다. 한국 스튜디오에서 이 간극은 종종 이렇게 나타납니다. 광고와 콘텐츠는 20대에 맞춰 만들면서, 정작 수업 시간대와 난이도, 응대 방식은 40대 이후 회원을 담아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3. 우리 회원은 필라테스만 하지 않는다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필라테스 참여자가 필라테스를 하지 않을 때 무엇을 하는가입니다. 46.7%는 걷기 운동을 하고, 46%는 러닝머신을 쓰며, 42.9%는 요가를 병행합니다. 근력 운동 비중도 만만치 않습니다. 39.4%가 덤벨을 들고, 22.7%가 바벨을, 21.3%가 웨이트 머신을, 17.2%가 케틀벨을 씁니다. 고강도 운동을 하는 사람이 24%, 달리기가 24.1%, 등산이 32.3%입니다. 일반 인구와 비교하면 필라테스 참여자는 덤벨을 쓸 확률이 두 배 이상, 케틀벨은 세 배 이상, 고강도 운동은 세 배 반 이상 높습니다. 회원이 웨이트로 옮겨 가면 우리를 떠난다는 오래된 걱정과는 사뭇 다른 그림입니다. 회원은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둘을 조합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도 분명해집니다. 다른 운동과 경쟁하는 대신, 그 운동들 사이에서 필라테스가 맡는 역할을 회원의 언어로 설명해 주는 일입니다.
4. 성장 뒤에 남는 질문, 문턱
보고서는 밝은 숫자만 보여 주지 않습니다. 참여율은 소득에 따라 뚜렷하게 갈립니다. 가구 소득 10만 달러 이상에서는 5.1%가 필라테스를 하지만, 2만 5천 달러 미만에서는 3.8%에 그칩니다. 전체 참여자의 39%가 소득 10만 달러 이상 가구에서 나오고, 핵심 참여자로 좁히면 그 비율이 44.7%까지 올라갑니다. 학력에서도 같은 방향의 편중이 관찰됩니다. 시장이 커질수록 가격이 사람을 걸러내는 구간도 함께 커진다는 뜻입니다. 한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기구 개인 수업 위주로만 구성된 가격표는 결국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의 폭을 좁힙니다. 매트 그룹반, 오전 시간대, 소규모 듀엣처럼 진입 문턱을 낮추는 상품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다음 성장의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전 적용
이번 주에 딱 두 가지만 해 보시길 권합니다. 첫째, 최근 세 달 출석 기록을 열어 회원을 두 갈래로 나눠 보세요. 월 4회 이하로 오는 회원과 주 1회 이상 오는 회원입니다. 후자의 인원과 비중이 지난 분기보다 늘었다면 스튜디오는 실제로 성장하는 중이고, 신규는 느는데 이 숫자가 제자리라면 우리는 회전문을 돌리고 있는 셈입니다. 둘째, 상담지나 첫 수업 문진에 한 줄을 추가하세요. 요즘 병행하는 운동이 있는지 묻는 질문입니다. 주 3회 웨이트를 한다고 답한 회원에게는 가동 범위와 회복을, 달리기를 한다고 답한 회원에게는 골반과 발의 정렬을 연결해 설명해 주면 됩니다. 회원이 이미 하고 있는 운동에 우리 수업을 얹는 순간, 필라테스는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니라 나머지를 지탱하는 기둥이 됩니다.
마무리
시장이 커졌다는 소식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누가 남고 있는가입니다. 오늘 우리 스튜디오의 회원 명부에서 주 1회 이상 나오는 사람은 몇 명이고, 그중 40대 이후는 몇 명인가요. 그 두 숫자를 알고 있는 원장과 모르는 원장의 다음 1년은 꽤 다를 것입니다.
참고: Pilates Participation Climbs to 13.8 Million in the U.S. — Who Is Driving the Growth? — The Pilates Journal (2026.08.26) · 원문 보기
원 데이터: Sports & Fitness Industry Association, 2026 SFIA Single Sport Report: Pilates Training (2025년 참여 기준)
※ 본 글은 위 원문을 바탕으로 한국 필라테스 강사·원장 분들에게 맞게 재구성한 칼럼입니다. 원문 그대로의 번역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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