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운동으로 자신을 규정하는 시대는 끝나간다.
본문
하나의 운동으로 자신을 규정하는 시대는 끝나간다
2027년의 진짜 트렌드는 '트레이닝 포트폴리오'다
지난 10여 년간 부티크 피트니스는 사람들에게 하나를 고르라고 요구해왔다.
대게는 헬스, 필라테스, 요가 그 외에는 생활 스포츠 배드민턴, 농구, 축구 등이었을 것이다.
혹은 최근의 트랜드를 적용하자면, 러너인가, 리프터인가, 요기인가, 라이더인가, 필라테스 회원인가.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체성은 강력한 동기 부여 장치였다. 브랜드는 커뮤니티를 얻었고, 회원은 소속감을 얻었다.
그러나 정체성은 곧 울타리다. 이 울타리는 운동을 소비하는 스펙트럼을 일정 범위에 가둬왔다.
2027년에 주목해야 할 변화는 새로운 운동 방식의 등장이 아니다. 하나의 운동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설과 프로그램 구조의 등장이다.
1. 지침은 이미 20년 전부터 '조합'을 말해왔다
우리가 언제 부터 세계보건기구 따위의 지침을 준수하고 건강관리를 해왔는가?
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단체들이 제시하는 지침과 그 지침을 구성하는 근거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신체활동 지침은 성인에게 주당 중강도 유산소 150~300분 또는 고강도 75~150분, 그리고 여기에 더해 주 2일 이상의 근력 강화 운동을 권고한다. 65세 이상에게는 여기에 균형과 기능 향상을 목표로 하는 복합 요소 운동을 주 3일 이상 추가하도록 명시한다.
주목할 것은 접속사다. 지침은 유산소 또는 근력이라고 쓰지 않았다. 유산소 그리고 근력이다. 즉 국제 표준은 애초에 단일 종목으로 충족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도 산업은 지난 10년간 단일 종목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팽창했다. 지침과 시장 구조 사이에 벌어진 이 간극이, 지금 메워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운도의 소비를 단순히 유산소와 무산소로 구분 지으려는 것은 아니며, 극단적으로 유산소 100:0 무산소 운동식의 극단적인 배분을 의미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2. 조합의 효과는 덧셈이 아니라 곱셈에 가깝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유산소와 근력을 병행하는 것이 "각각의 효과를 더한 것"에 그친다면 굳이 강조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메타분석 (Momma 등,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22) 16개 코호트 연구를 종합한 결과, 근력 운동 단독은 전체 사망률·심혈관질환·암·당뇨를 10~17% 낮추는 것과 연관됐다. 흥미로운 것은 용량-반응 곡선이 J자형이었다는 점이다. 주 30~60분 구간에서 위험 감소가 최대였고, 그 이상 늘려도 추가 이득은 뚜렷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산소와 근력을 함께 수행한 집단에서는 전체 사망 40%, 심혈관 사망 60%, 암 사망 28% 낮은 위험이 관찰됐다. 근력 단독의 10~17%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코호트 연구 (López-Bueno 등, JAMA Internal Medicine, 2023) 중강도 유산소, 고강도 유산소, 근력 운동을 균형 있게 조합한 집단에서 전체 사망률과 암 사망률이 약 50% 낮았고, 심혈관 사망률은 약 3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도출한 최적 조합은 중강도 유산소 150~225분 + 고강도 유산소 0~75분 + 주 2회 이상 근력이었다.
즉 최적점은 어느 한 종목의 극단이 아니라 분산된 지점에 있었다.
3. 한국인 데이터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해외 연구만으로 국내 독자를 설득하기는 부족하다. 다행히 국내 코호트가 존재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연계 코호트 (BMC Public Health, 2023) 20~79세 34,379명을 2019년까지 추적한 결과, 유산소·근력·유연성 세 가지 활동이 각각 독립적으로 사망 위험 감소와 연관됐다. 유연성 운동까지 독립적 연관성을 보인 점은 요가와 필라테스를 '보조 운동'으로 취급해온 통념을 흔든다.
또한 유산소와 근력 지침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충족한 집단 대비, 두 지침 모두 충족하지 못한 집단은 전체 사망 위험 1.34배, 심혈관 사망 위험 1.68배였다.
고혈압 인구 대상 분석 (Hypertension Research, 2024) 같은 조사 자료 34,990명을 분석한 결과, 고혈압 보유자에서 유산소 지침만 충족 시 사망 위험이 24% 낮았으나, 두 지침을 모두 충족하면 40%까지 낮아졌다. 반면 근력 단독 충족은 유의한 감소를 보이지 않았다.
이 마지막 결과는 특히 시사적이다. 근력 운동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지만, 유산소라는 짝을 만났을 때 비로소 효과가 발현되는 영역이 존재한다.
4. 그런데 현실은: 한국인은 한 가지만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2025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주 1회·30분 이상 참여율은 62.9%로 전년 대비 2.2%p 상승했고 주 2회 이상은 52.2%였다. 참여율 자체는 개선되고 있다.
문제는 종목 구성이다. 주요 참여 종목은 걷기 40.5%, 보디빌딩 17.5%, 등산 17.1% 순이었다. 상위 종목이 걷기·등산이라는 유산소 계열에 쏠려 있고, 근력·유연성·균형 영역은 상대적으로 얇다.
국제적으로도 성인의 27.5%가 유산소 권고를 충족하지 못하며, 유산소와 근력 두 지침을 모두 충족하는 비율은 20% 미만으로 보고된다. 즉 대다수가 위 연구들이 말하는 '최적 조합' 밖에 서 있다.
5. 산업은 이미 통합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스포츠의학회(ACSM)의 2027년 트렌드 조사는 아직 발표 전이다(통상 매년 11~12월 공표). 따라서 현재 확인 가능한 최신 자료는 2026년판이며, 2,000명의 임상가·연구자·운동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다.
이 보고서가 제시한 세 가지 관통 주제는 개인화(individualization), 통합(integration), 포용(inclusion) 이었다. 개별 순위보다 이 주제어들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 기능성 트레이닝이 12위에서 10위로 상승했고, 9개 조사 지역 중 7개 지역에서 상위 10위에 진입했다. 스페인에서는 1위였다.
- 전통적 근력 운동 역시 다수 지역에서 상위권을 유지했다.
- '성인 레크리에이션·스포츠 클럽'이 처음으로 상위 20위에 진입했다. 피클볼의 확산과 함께, 즐거움과 사회적 연결을 통한 지속 참여가 주목받고 있다는 신호다.
- 보고서는 상위 트렌드 간 결합, 특히 전통적 근력 운동과 기능성 훈련의 결합이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고 명시했다.
정리하면, 산업의 관심사는 '어떤 새로운 운동인가'에서 '어떻게 조합하고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6. 운영자를 위한 시사점
이 흐름은 소비자 담론이 아니라 시설 설계 문제다.
단일 종목 스튜디오의 구조적 한계. 회원이 포트폴리오를 원하게 되면, 단일 종목 스튜디오는 회원의 주간 예산 중 일부만 가져가는 위치로 밀린다. 회원 한 명당 지출의 100%를 점유하던 자리에서 30% 점유로 내려간다는 뜻이다.
올인원 모델의 재평가. 헬스장, 그룹 스튜디오, 회복 공간을 한 시설에 배치하는 구조는 한동안 '어중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포트폴리오 관점에서는 회원의 주간 지출 전체를 담아내는 유일한 형태다. 문제는 공간 배분과 인력 운용의 난이도이며, 이는 설계로 풀어야 할 과제다.
측정이 결합되어야 한다. ACSM 2026 조사에서 웨어러블 기술이 1위였다는 사실은 이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포트폴리오는 배분 상태를 볼 수 있어야 관리된다. 어느 축이 비어 있는지 회원에게 보여주지 못하면, 회원은 결국 익숙한 종목으로 돌아간다. 국내에서도 국민체력인증센터가 2030년까지 75개소에서 150개소로 확대될 예정이며, 측정 인프라는 공공 영역에서 먼저 확충되고 있다.
커뮤니티는 여전히 유효하다. 정체성 기반 마케팅의 부작용을 지적했지만, 소속감 자체를 버리라는 뜻은 아니다. ACSM이 짚은 성인 레크리에이션 클럽의 부상은 소속감의 축을 '종목'에서 '사람과 장소'로 옮기라는 신호에 가깝다.
맺으며
운동을 정체성으로 삼는 방식은 시작 단계에서 강력하다. 그러나 지속성은 또 다른 문제이다.
WHO 지침, 국제 메타분석, 국내 코호트가 모두 같은 결론을 가리킨다. 최적점은 어느 하나의 극단이 아니라 조합에 있다. 그리고 조합을 만들기 위해 서로 다른 시설 네 곳에 등록할 필요는 없다. 필요한 것은 접근성, 다양성, 그리고 약간의 판단력이다.
2027년, 우리가 회원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당신은 어떤 운동을 하십니까"가 아니라 "당신의 주간 배분은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일 것이다.
참고 자료
- World Health Organization, Physical activity fact sheet — 성인 및 고령자 신체활동 권고
- Momma H, et al. Muscle-strengthening activities are associated with lower risk and mortality in major non-communicable diseas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cohort studies.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22
- López-Bueno R, et al. Prospective Associations of Different Combinations of Aerobic and Muscle-Strengthening Activity With All-Cause, Cardiovascular, and Cancer Mortality. JAMA Internal Medicine, 2023
- Aerobic, muscle-strengthening, and flexibility physical activity and risks of all-cause and cause-specific mortality: a population-based prospective cohort of Korean adults. BMC Public Health, 2023
- Combined association of aerobic and muscle strengthening activity with mortality in individuals with hypertension. Hypertension Research, 2024
- McAvoy CR, et al. 2026 ACSM Worldwide Fitness Trends: Future Directions of the Health and Fitness Industry. ACSM's Health & Fitness Journal, 29(6), 2025
- 문화체육관광부, 「2025년 국민생활체육조사」, 2026년 1월 발표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