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스튜디오 상권분석, 보고서보다 포지셔닝이 먼저다
본문
필라테스 스튜디오 상권분석, 보고서보다 포지셔닝이 먼저다
창업을 준비하는 대표들이 상담을 청할 때 들고 오는 자료는 대체로 비슷하다. 유동인구, 배후세대, 경쟁시설 수, 평당 임대료가 정리된 상권분석 보고서다. 물론, 그냥 주소 하나 달랑 들고 오는 사람도 있다.
질문도 대체로 하나다.
"이 자리 좋나요?"
나는 그 보고서에서 답을 찾은 적이 거의 없다. 보고서가 부실해서가 아니다. 질문이 그 보고서로는 대답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상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자리가 좋다"라는 표현이 붙는 상권은 도대체 어떤 기준일까?
유동인구가 높은 상권? 당연히 아니다. 그럼 무조건 명동이 최고 상권이어야 한다. 임대료가 저렴한 상권? 이것도 아니다. 그럼 어디 해남 땅끝마을 어딘가가 최고 상권이어야 한다. 방문자 일인당 지출이 높은 상권? 물론 이 역시 아니다. 그럼 강남이 최고 상권이어야 한다.
그럼 유동인구 높으면서, 임대료가 낮고, 방문자 일인당 지출이 높은 상권이 좋은 상권인가? 대답은 그렇다. 그러나 그런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끔 예시로 드는데, 예쁘고, 착하고, 유머러스하고, 몸매 잘빠지고, 똑똑한 이성? 있을 수 있다. 다만, 이 사람이 당신의 그 혹은 그녀가 될 리는 만무하다. 당신이 그런 이성에게 어울리는 사람이기엔 한참 모자랄 테니까.
정확히 말하면 좋은 상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나에게 맞는 상권, 혹은 좀 더 명확히 하자면 최적화된 상권 정도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분모는 주어지지만 분자는 브랜드가 정한다
통계학적 상권 데이터가 알려주는 것은 '이 앞을 몇 명이 지나가는가'와 같은 수치적 데이터이다. 이 숫자가 알려주지 못하는 것은 '그중 누가 우리 회원이 되는가'이다. 그리고 이 알려주지 않는 것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진정한 의미에서 상권분석일 것이다. 또한 이것은 내 브랜드 혹은 콘텐츠에 관한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루 유동인구 2만 명은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는 숫자다. 2만 명 가운데 우리 회원이 200명이 될지 2,000명이 될지는 상권이 결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누구에게 무엇을 파는 시설인지가 결정한다.
유동인구(거주인구, 상주인구 무엇이든 좋다)라는 분모의 크기는 주어지지만, 분자는 브랜드가 정한다. 분자를 정하지 않은 채 분모만 들여다보는 일을 우리는 오랫동안 상권분석이라고 불러왔다.
세분화가 없으면 모든 데이터는 평균으로 읽힌다
STP에서 S, 즉 시장 세분화가 서 있지 않으면 상권 데이터는 전부 평균값으로 읽힌다. 평균 연령 38세, 평균 가구소득 얼마, 주중 낮 시간대 유동인구 얼마. 이 평균을 그대로 타깃으로 삼는 순간, 누구에게도 특별하지 않은 시설이 만들어진다.
같은 상권 데이터를 놓고도 결론은 완전히 갈린다. '30대 직장인 여성을 위한 소수정예 필라테스'와 '비용 부담 없는 24시간 무인 헬스'는 같은 자료에서 정반대의 판단을 내린다. 한쪽에 최적인 자리가 다른 쪽에는 최악의 자리일 수 있다.
결국 상권분석의 결론을 만들어내는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포지셔닝이다. 포지셔닝이 없으면 해석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숫자는 있는데 판단이 없는 상태가 된다.
"반경 1킬로미터 안의 경쟁시설 개수"
상권분석 보고서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항목이 경쟁시설 수다. 반경 1킬로미터 안에 경쟁시설이 몇 개가 있으니 포화 상태라는 식이다. 그런데 그 시설들이 정말 우리 경쟁자인지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경쟁은 거리로 정의되지 않고 대체 가능성으로 정의된다. 우리 회원이 우리를 그만두고 갈 곳이 경쟁자다. 옆 건물 헬스장은 우리 경쟁자가 아닐 수 있고, 차로 20분 거리의 필라테스 스튜디오가 진짜 경쟁자일 수 있다. 심지어 홈트레이닝 앱이나 동네 러닝크루가 경쟁자인 시대가 지금이 아닌가?!
타깃이 정의되지 않으면 경쟁자라는 개념도 정의되지 않는다. 정의되지 않은 대상을 세는 일은 분석이 아니라 그냥 숫자 세기다.
계약이 먼저인 사업 설계는 순서가 틀렸다
시설업에서 소위 말하는 "임대차 계약"이라는 것을 하는 순간, 그다음 모든 결정은 그 자리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임대료가 확정되고, 임대료에서 손익분기 회원수가 역산되고, 회원수를 채우기 위해 가격이 정해진다.
마지막에 가서야 '누구에게 팔 것인가'를 생각하는데, 그때는 이미 선택지가 없다. 브랜드가 임대료의 결과물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래서는 안 된다.
기존의 한국 시설업은 이 역순의 사업 설계가 어느 정도의 성공을 담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알고 있는 포화 시장이다. 이제 이런 안일한 접근은 통하지 않는다.
뒤늦게 이 구조의 문제를 깨달은 대표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다. "일단 사람부터 채우자." 그 순간부터 쓸 수 있는 수단은 할인밖에 남지 않는다. 우리 시장의 저가 경쟁을 나는 마케팅의 실패라기보다 순서의 실패라고 본다. 팔 것을 정하기 전에 팔 자리부터 계약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포지셔닝 없이 인테리어에 들어가면 결국 요즘 잘된다는 곳을 복제하게 된다. 같은 톤의 조명, 같은 배치, 같은 브랜드의 기구. 시설 투자비는 경쟁사와 비슷하게 쓰는데, 회원이 그 공간에서 느끼는 차이는 없다.
서비스스케이프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를 위한 공간인지를 아는가의 문제다.
그렇다면 상권분석은 필요 없는가
정반대다. STP가 서 있을 때 상권분석은 비로소 강력한 도구가 된다. 포지셔닝이 서면 질문이 바뀐다.
"여기 되겠습니까?"가 아니라 "우리가 정의한 고객이 이 반경 안에 몇 명이고, 그들의 하루 동선 어느 지점에 우리가 서야 하는가"를 묻게 된다.
앞의 질문에는 어떤 상권 데이터도 답하지 못하지만, 뒤의 질문에는 답한다. 같은 보고서인데 얻는 것이 달라진다.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질문의 문제였던 것이다.
계약 전에 끝내야 할 세 가지
첫째, 누구를 포기할지 먼저 정한다. 타깃 설정의 본질은 선택이 아니라 포기다. 포기 목록이 없는 타깃 설정은 설정이 아니라 희망사항이다.
둘째, 그 고객이 우리를 선택할 이유를 만든다. 가격이 아닌 이유여야 한다. 검증 방법은 간단하다. 옆 센터가 내일 그 문장을 그대로 간판에 걸 수 있는가. 걸 수 있다면 그것은 포지셔닝이 아니다.
셋째, 그 문장을 들고 상권 데이터 앞에 선다. 이제 유동인구는 사람 수가 아니라 우리 문장에 반응할 사람의 밀도로 읽힌다. 경쟁시설 목록은 개수가 아니라 대체 가능성의 지도로 읽힌다.
상권분석 보고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문제는 그 보고서를 펼치는 사람이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상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자리가 브랜드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브랜드가 자리를 해석한다.
오픈 전에 답해야 할 질문은 '어디에 낼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의 무엇이 될 것인가'이다. 앞의 질문은 뒤의 질문이 끝난 다음에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