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르치려다 나를 다 쓴다: 필라테스 강사를 위한 세 갈래 자기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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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은 꽉 찼는데, 정작 나를 돌볼 시간은 비어 있습니다. 좋은 강사이고 싶고, 스튜디오도 잘 굴리고 싶고, 생활비도 벌어야 한다는 마음이 겹치면 강사는 어느새 자기 몸과 에너지를 가장 마지막 순서로 미루게 됩니다. 매일같이 "어떻게 하면 번아웃을 막을 수 있을까"를 묻지만, 답은 의외로 단순한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나를 먼저 돌보는 것. 그런데 그 '돌봄'이 정확히 무엇인지, 우리는 좀처럼 멈춰 서서 정의해 본 적이 없습니다.
1. 자기돌봄에도 층이 있다
호주의 강사 교육자 제인 브루어는 자기돌봄을 세 층으로 나눠 보자고 제안합니다. 첫째는 '기본 욕구'입니다. 음식, 물, 수면, 약간의 운동, 바깥 공기처럼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말 그대로 필요한 것들이죠. 무엇을 기본으로 둘지는 강사마다 다르지만, 여기에 한 가지 질문이 더 들어갑니다. "나는 생존을 위해 한 달에 얼마를 벌어야 하는가." 막연히 더 벌어야 한다는 압박 대신, 최소한의 생활을 지탱하는 금액을 한 번 또렷이 계산해 두는 것만으로도 일정에 휘둘리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멈춰서 이걸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 자체가 이미 기본 욕구의 일부입니다.
2. 잘 기능하기 위한 욕구, 그리고 삶의 방향
둘째 층은 '폭넓은 욕구'입니다. 산책, 목욕, 사우나, 머리 감기처럼 일상을 잘 굴러가게 하고, 사람들 앞에 설 에너지와 자신감을 채워 주는 것들이죠. 하루 종일 회원을 응대하는 강사에게는 혼자 회복하는 시간이 사치가 아니라 다음 수업을 위한 준비물입니다. 셋째 층은 '라이프스타일 욕구'로, 여기엔 한계가 없습니다.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가, 매일이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는가 같은 물음이죠. 거창해 보이지만 핵심은 단순합니다. 지금 내가 내리는 선택들이 내가 행복이라 부르는 것과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가. 이 정렬이 맞을 때 가르치는 일은 억지로 짜내는 노동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행위가 됩니다. 여러 스튜디오를 오가며 출강하는 한국의 프리랜서 강사라면, 이동 시간과 공강까지 포함해 하루의 에너지 총량을 한 번 그려 보는 일이 특히 필요합니다.
3. 가장 자주 잊히는 자기돌봄, 자기 수련
또 하나의 자기돌봄은 강사 자신이 직접 필라테스를 '하는' 것입니다. 자격을 따고 나면 자기 수련은 더 이상 레퍼토리를 외우기 위한 숙제가 아니어도 됩니다. 브루어는 이를 두고 "스스로에게 회원이 되어 주는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그 형태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10분짜리 짧은 움직임도, 60분짜리 온전한 세션도, 호흡 연습도, 잠깐의 현존(presence)도, 필라테스가 아닌 다른 움직임도, 그리고 '의도적인 쉼'까지 모두 자기 수련에 들어갑니다. 무언가를 더 해내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내 몸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듣는 시간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실전 적용
이번 주에 딱 두 가지만 적어 보길 권합니다. 첫째, 한 달 생존에 필요한 최소 금액을 숫자로 적고, 지금의 수업 수가 그 선을 넘기려는 욕심 때문에 과하게 늘어난 건 아닌지 점검해 보세요. 풀부킹이 곧 건강한 운영은 아닙니다. 둘째, 다음 한 주 일정표에 회원 수업이 아니라 '나를 위한 자기 수련' 한 칸을 먼저 그려 넣으세요. 10분이어도 좋고, 매트에 누워 호흡만 하는 시간이어도 충분합니다. 회원 자리부터 채우고 남는 시간에 나를 끼워 넣는 순서를, 이번 주만이라도 거꾸로 바꿔 보는 겁니다.
마무리
나를 먼저 채운 강사라야 회원에게 내어 줄 에너지가 생깁니다. 자기돌봄은 일을 미루는 핑계가 아니라, 오래 가르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운영 전략입니다. 당신의 일정표에서 가장 먼저 지워지는 칸은 늘 누구의 시간인가요.
참고: Self-Care for Pilates Teachers: How to Avoid Burnout in the Fitness Industry (Jane Brewer) — The Pilates Journal · 원문 보기
※ 본 글은 위 원문을 바탕으로 한국 필라테스 강사·원장 분들에게 맞게 재구성한 칼럼입니다. 원문 그대로의 번역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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