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탄 강사가 보여준 것: 어댑티브 필라테스라는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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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상담 전화에서 "제가 휠체어를 타는데, 수업이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많은 강사가 거절의 이유부터 떠올립니다. 배운 적이 없어서, 기구가 맞지 않아서, 다칠까 봐. 그런데 미국에서는 휠체어를 탄 강사가 휠체어 이용자 14명을 모아 그룹 수업을 열었고, 별다른 홍보 없이 일주일 만에 자리가 마감됐습니다. 수요가 없었던 게 아니라 받아 줄 공간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1. 회원에서 강사로: 안나 사롤의 경로
미국 BODYBAR 필라테스의 강사 안나 사롤은 열네 살에 척수 손상을 입으면서 7년간 이어 온 체조선수 생활을 접었습니다. 성인이 된 뒤 다시 몸을 움직일 방법을 찾다 회원으로 필라테스를 시작했고, 어린 시절 몸에 새겨진 규율과 정밀함을 그 안에서 다시 만났다고 말합니다. 그의 수련을 지켜본 스튜디오는 강사 교육을 권했습니다. 장애 당사자의 경험이 스튜디오의 접근성을 넓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휠체어를 탄 수강생이 휠체어를 탄 강사로 성장한 이 경로 자체가, 기존 지도자 교육과정이 미처 상상하지 못한 그림이었습니다.
2. 홍보 없이 일주일 만에 마감된 수업
사롤이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연 어댑티브 클래스에는 척수 손상이 있는 휠체어 이용자 14명이 참가했습니다. 체간 안정성이 온전한 사람부터 거의 없는 사람까지 참가자 상태가 제각각이었기 때문에, 수업은 한 팔로 몸을 지지한 채 코어를 동원하는 싱글암 동작을 중심으로 설계됐습니다. 현장에는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를 함께 배치해 안전과 심리적 편안함을 같이 챙겼습니다. 사롤은 이 경험을 통해 장애가 있는 회원들이 필라테스에 무관심했던 게 아니라, 처음부터 자신을 고려해 설계된 공간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참가자 다수에게는 자신을 위해 설계된 필라테스 공간에 들어와 본 생애 첫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3. 진짜 장벽은 기구가 아니다
사롤이 지적하는 업계의 공백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대부분의 지도자 교육과정이 장애 회원 지도법을 다루지 않고, 스튜디오 공간 설계도 휠체어 동선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둘째, 더 근본적인 장벽은 대표성입니다. 그는 "가장 큰 공백은 대표성"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기구는 다시 배치하면 되고 동작은 수정하면 되지만, 자신과 닮은 사람이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공간에 사람들은 좀처럼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사롤이 SNS에 연재한 하반신 마비 당사자의 필라테스 도전 시리즈에는, 필라테스 스튜디오에서 휠체어 이용자를 처음 봤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습니다. 사롤은 현재 어댑티브 클래스를 미국 전역의 스튜디오로 확장하고 강사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을 다음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어댑티브를 틈새 상품이 아니라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실전 적용
내일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먼저 휠체어 동선을 상상하며 센터를 한 바퀴 돌아보세요. 출입구 문턱, 리포머 사이 간격, 탈의실과 화장실 진입까지가 점검 대상입니다. 다음으로 상담 스크립트에 "어떤 움직임이 가능하신가요"라는 질문을 추가해 보세요. 진단명이 아니라 가능한 움직임에서 출발하면 수업 설계가 시작됩니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와 미리 협력 관계를 만들어 두면 첫 수업의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국내에서도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이 꾸준히 오르고 스포츠강좌이용권 대상이 넓어지는 흐름인 만큼, 수요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마무리
접근성은 선의나 시혜의 문제가 아니라 준비의 문제이고, 동시에 아직 누구도 선점하지 않은 시장이기도 합니다. 한 번도 오지 않은 회원이 아니라 아직 초대받지 못한 회원이라고 바꿔 읽는 순간, 해야 할 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 센터의 문은 지금 누구에게까지 열려 있습니까.
참고: Redefining Instruction: How Anna Sarol Is Expanding Adaptive Pilates — The Pilates Journal · 원문 보기
※ 본 글은 위 원문을 바탕으로 한국 필라테스 강사·원장 분들에게 맞게 재구성한 칼럼입니다. 원문 그대로의 번역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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